답십리 오빠화이팅, 하이볼 3900원 이자카야
골목에서 이 간판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밤에 이 앞을 지나면 간판보다 등이 먼저 눈에 들어와요. 삼색 구형 등이 나란히 걸리고, LED 빛이 벽돌 벽 윗부분만 형광 하늘색과 분홍으로 물들입니다. 문 옆 입간판에는 기린 생맥주 5,900원이 적혀 있었어요(방문 당시 기준). 들어가기 전에 가격부터 보여 주는 집이라 문턱이 낮습니다.
입구부터 정갈한 쪽은 아니에요. 왼쪽 선반에는 헬로키티와 피카츄 인형이 쌓여 있고, 활짝 열린 접이문 안쪽으로 미러볼 불빛이 돌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한 잔보다 왁자한 한 잔이 떠오르는 입구예요.
안으로 들어가면 벽이 온통 포스터와 사인지입니다

차분한 조명의 정통 이자카야를 떠올리고 가면 다른 집이에요. 벽은 포스터와 색종이 사인, 메모지로 빈틈이 없고, 붉은 인조가죽 벤치 위로 파란 조명 점이 얼룩처럼 떠 있습니다. 발랄하고 가벼운 쪽입니다.
벽을 채운 사인지는 손님들이 남긴 것으로 보여요. 테이블 태블릿에도 "고객님 싸인을 받고 있습니다, 직원을 불러 주시면 싸인지를 드린다"는 안내가 뜹니다. 구경만 하고 나오기보다 한 장 남기고 나오는 편이 이 집을 즐기는 방법이에요.

입구 쪽 원목 선반은 사진 한 장 남기기 좋은 자리예요. 네 칸마다 소품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 그대로 작은 진열장 같습니다. 큰 마네키네코는 가까이서 보세요. 앞발에 '金運招財'가 세로로 적혀 있고, 몸통 아래에는 작은 고양이 일곱 마리가 줄지어 붙어 있습니다.

처마 아래 파랑·흰색·빨강 줄무늬 초롱 두 개 사이로 건너편 편의점 유리창이 환하게 보여요. 안은 도쿄 뒷골목인데 고개를 들면 답십리 밤거리인 셈이죠.
하이볼 3,900원, 이 가격이 이 집의 핵심입니다

하이볼 기본 금액이 3,900원입니다(방문 당시 기준). 레몬 조각과 각진 얼음이 들어간 채로 나와요. 이 가격이면 잔 수를 세어 가며 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고래 그림 라벨이 붙은 300ml 청주도 한 병 올렸어요. 백자 도쿠리에 안쪽 바닥에 파란 이중 원이 찍힌 오초코가 따라 나옵니다. 저녁을 먹고 한 잔 더 하려는 2차 자리로는 부담이 없고, 이게 이 집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첫 번째 이유예요.
시샤모는 작았지만, 안주는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아쉬운 건 시샤모 크기였어요. 한 마리가 옆에 놓인 간장 종지 두 개를 이어 놓은 길이쯤입니다. 다섯 마리가 빗살무늬 접시에 나란히 나오는데, 등 쪽에 갈색 그릴 자국이 줄무늬로 남아 있습니다. 대신 맛은 좋았어요. 마늘 조각이 뜬 간장 소스와 붉은 가루를 뿌린 마요네즈가 곁들여 나옵니다.

다른 안주도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맛있었어요. 연어는 토치로 겉을 그을린 슬라이스를 비늘처럼 겹쳐 내오고, 구운 감자는 두툼한 두 조각 위에 버터가 덩어리째 얹혀 녹는 중이었습니다.
주문은 태블릿으로, 생일 달에는 하루 한 잔이 공짜

주문은 테이블마다 세워 둔 태블릿으로 합니다. 나베·데판야끼·튀김·구이·꼬치로 탭이 나뉘어 있고, 품절된 메뉴는 사진 위에 'SOLD OUT'이 덮여 표시돼서 고르고 나서 없다는 말을 들을 일이 없어요. 태블릿 위에는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판이 꽂혀 있습니다. 데판야끼 탭에는 카레우동 11,900원, 명란크림우동 13,900원, 치즈떡볶이 14,900원이 올라 있었습니다(방문 당시 태블릿 기준). 하이볼은 3,900원이어도 식사 메뉴는 만 원대라, 밥보다 술에 무게를 두는 2차로 갈 때 이 집의 장점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생일이 있는 달이라면 신분증을 챙겨 가세요. 태블릿 안내에 따르면 생일인 달에는 카스 생맥주 300ml를 하루 한 잔씩, 그 달에 올 때마다 줍니다.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적혀 있어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그 달 내내라는 점이 이 집다운 부분입니다.
가기 전에 하나 더 알아 두세요. 화장실이 외부라서 번호를 알고 나가야 하는데, 그 번호는 젓가락통에 붙은 노란 스티커에 손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실내 말고 야외 테이블도 있고,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셨어요.
가기 전 체크노트
방문 당시 기준이에요. 영업·예약·주차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하이볼
- 기본 3,900원
- 생맥주
- 기린 5,900원
- 주문
- 테이블 태블릿, 카카오페이 가능
- 식사 메뉴
- 데판야끼 11,900~14,900원(방문 당시 태블릿 기준)
- 생일 달
- 카스 생맥주 300ml 하루 1잔 무료, 신분증 확인
- 화장실
- 외부, 젓가락통에 번호 안내
- 좌석
- 실내 테이블·스툴, 야외 테이블 있음
총평
싼 하이볼로 가볍게 한 잔 더 하려는 2차 자리, 시끌벅적하고 장난기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분께 맞습니다. 반대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나 단정한 정통 이자카야를 기대하고 가면 어긋날 거예요. 시샤모 크기에서 보이듯 양으로 승부하는 집도 아닙니다. 가격을 먼저 보는 자리라면 계산이 맞아요. 저는 다시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