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케 페어링, 어떤 술과 요리가 나올까[1편]
검은 병에 붓으로 쓴 貴 한 글자, 그 아래 'EXCLUSIVELY FOR MIO'. 이 저녁이 어떤 자리였는지는 라벨 하나가 먼저 말해 주더라고요.
두 셰프가 한 상을 차린 저녁이었습니다
도쿄 미쉐린 1스타 '테노시마'와 '미오'가 미식의 미래를 주제로 함께 꾸린 사케 페어링 이벤트였어요. 제철 식재료로 짠 코스에 술을 순서대로 붙이는 구성입니다. 저는 친구와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려고 이 자리를 골랐어요.

장소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안의 MIO입니다.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복도부터 조명이 한 톤 낮아져서, 몇 걸음 걷는 사이에 바깥의 소란이 걸러지는 느낌이에요. 문을 열기도 전에, 오늘은 서두르지 않는 저녁이 되겠구나 싶어집니다.

나무와 금속만으로 정리한 입구라, 들어서기 전부터 조용한 호텔 다이닝이라는 게 전해져요. MIO 사인판 앞은 이날의 첫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자리입니다.
자리에 앉기 전부터 공간이 저녁의 속도를 정해 줍니다

홀에 들어서면 천장에 줄지어 걸린 흰 주름 등이 먼저 시선을 붙잡아요. 조명이 낮고 따뜻해서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지는 공간이고, 나무 파티션이 자리를 나눠 두어 옆 테이블의 대화가 섞이지 않습니다. 오래 앉아 이야기하기 좋은 방이에요.

상차림은 한눈에 공들인 티가 납니다. 칠기 쟁반에 말린 꽃을 묶어 올린 메뉴 카드, 켜 둔 캔들까지 — 오늘이 그냥 한 끼가 아니라 한 번뿐인 행사라는 걸 테이블이 먼저 알려 주는 셈이에요. 기념일이라면 앉는 순간부터 기분이 한 칸 올라가는 세팅입니다.

발코니 쪽은 유리 난간 너머로 도심 스카이라인이 그대로 열립니다. 호텔이 석촌호수 바로 옆이라, 잔잔한 호수 수면과 그 둘레를 감싼 잠실의 빌딩 숲이 한 시야에 담겨요. 해가 막 넘어간 시간이라 하늘이 주황에서 파랑으로 바뀌는 중이었는데, 그 색이 호수 위로 번져 가는 걸 보고 있으면 코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저녁 하나를 이미 선물받은 기분이 듭니다. 해 질 무렵에 도착한다면 자리에 앉기 전에 이쪽부터 들러 보세요.
저녁은 라임이 든 탄산 음료 잔을 맞대는 건배로 시작했어요.
찰옥수수와 대게로 열었습니다

첫 음식은 감칠맛 나는 찰옥수수와 대게 스프였어요. 부드러운 거품 아래로 게살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서, 첫 숟가락부터 오늘 코스가 재료로 승부하는 자리라는 게 느껴집니다. 술을 받기 전에 입안을 부드럽게 풀어 주는 시작이에요.

곁들인 미소 스프는 보리새우를 베이스로 한 것입니다. 앞의 스프와 결이 전혀 다른 뽀얀 국물이라, 국물 요리를 연달아 받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어요.

이 코스는 그릇을 보는 재미가 커요. 작은 도기 잔에 담긴 달걀찜, 한 받침에 함께 올린 전채 세 가지(된장 소스를 얹은 무채, 간 무와 연어알, 참깨를 뿌린 채소 순)까지, 한 입 거리마다 그릇이 바뀝니다. 단풍잎 가지를 곁들여 내 와서, 가을 한가운데 앉아 있다는 게 상 위에서도 느껴져요.
이어서 가을 남해와 제주의 생선들로 짠 플레이트가 나오고, 제주 토종 돼지에 모자반과 큰실말을 붙인 접시, 고등어에 발효 어간장과 청국장을 쓴 접시가 차례로 올라왔습니다. 한국의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너무도 맛있는 경험이 됐어요. 일식 이벤트라기보다 한국 재료를 축으로 세운 코스였다는 게 제가 받은 인상입니다.
첫 잔은 돔 페리뇽 2017이었어요

페어링의 시작은 돔 페리뇽 빈티지 2017이었습니다. 샴페인으로 문을 열고 사케로 넘어가는 순서라, 첫 잔부터 이 저녁의 무게가 정해지는 셈이에요.

그다음부터는 준마이다이긴조가 차례로 이어졌어요. 그중 하나가 미오만을 위해 빚은 貴입니다. 라벨에 'EXCLUSIVELY FOR MIO'라고 적혀 있는데, 이 자리가 아니면 마셔 볼 수 없는 술이라는 점이 이 페어링의 핵심이에요. 야마다니시키 쌀을 50%까지 깎아 빚은 준마이다이긴조로, 나가야마 혼케가 빚었습니다.

술은 요리에 맞춰 잔 단위로 바뀌어 나옵니다. 병째 두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접시마다 그에 맞는 한 잔을 받는 방식이에요. 이 페어링이 이벤트 값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가기 전 체크노트
방문 당시 기준이에요. 영업·예약·주차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세요.
- 장소
- MIO,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 형태
- 테노시마×미오 셰프 콜라보 사케 페어링 이벤트
- 첫 술
- 돔 페리뇽 빈티지 2017 (Brut 12.5%)
- 사케
- 貴 준마이다이긴조 야마다니시키50, 미오 전용
- 동반
- 친구와 2인 방문
총평
제철 한국 식재료를 일식 기법으로 푼 코스와 사케 페어링을 한 번에 보고 싶은 분이라면 잘 맞습니다. 기념일에 친구나 동반자와 긴 저녁을 보내기에도 좋은 자리예요. 반대로 샴페인과 준마이다이긴조가 줄줄이 이어지는 구성이라, 술을 못 드시면 가져갈 수 있는 값어치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코스가 길고 요리마다 설명이 붙는 자리라 짧게 먹고 일어나려는 분께도 권하기 어렵고요. 가격과 예약 조건은 이벤트마다 달라지니 주최 공지로 확인하시는 게 맞습니다. 저는 셰프의 정성이 그대로 보이는 음식과 잊을 수 없는 맛 때문에, 비슷한 이벤트가 또 열리면 참석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