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케 페어링, 송이 솥밥과 부르고뉴로 맺은 후반 코스[2편]

옻칠 쟁반에 놓인 솥밥, 소면, 절임 채소 접시 — 표지 문구 「미오 사케 페어링 2편」

1편이 술 이야기로 끝났다면, 2편은 얼음 위에 올린 가을 생선 한 접시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코스는 국물과 밥, 한결 따뜻하고 깊은 쪽으로 흘러가요.

후반 코스는 가을 생선 한 접시로 다시 열렸습니다

찰옥수수·대게 스프와 보리새우 미소, 돔 페리뇽 2017과 貴 준마이다이긴조까지가 1편이었어요. 이번 글은 그다음, 테노시마×미오 포핸즈 디너의 후반부입니다. 친구와 둘이 앉은 자리였고요.

옻칠 쟁반 위 메뉴 카드와 금색 젓가락, 회색 냅킨

자리마다 놓인 메뉴 카드에 이날 코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적혀 있습니다. 지금 몇 번째 접시인지 가늠하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긴 코스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쓸모가 있어요.

얼음 위 대나무 잎에 올린 사시미 두 종류와 고추냉이

메뉴 카드의 '가을 남해, 제주의 생선들' 자리에 해당하는 접시예요. 얼음을 채운 그릇에 올려 마지막 한 점까지 차갑게 먹을 수 있습니다. 흰살과 등푸른 생선을 한 접시에 나눠 담아, 같은 사시미라도 결이 다른 두 가지를 견주어 볼 수 있는 구성이에요.

국물과 버섯 사이, 잔은 부르고뉴 화이트로 넘어갑니다

두부와 얇은 고기가 든 맑은 국물 뚝배기

다음은 나무 받침에 올린 뚝배기였어요. 맑은 국물에 두부와 얇은 고기를 담아낸, 꾸밈없는 한 그릇입니다. 공들인 접시들 사이에서 집밥 같은 온도를 가진 요리라, 코스 한가운데서 숨을 고르는 자리처럼 느껴져요.

포도밭 드로잉 라벨의 피에르 지라르댕 샤르도네 병

이 무렵 잔은 사케에서 와인으로 바뀝니다. 피에르 지라르댕의 '레 소제트(Les Saugettes)' 샤르도네로, 메뉴 카드에는 Vin de France 2024라고 적혀 있어요. 펜으로 그린 포도밭 라벨이라 병을 보여 줄 때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갈색 소스를 끼얹은 버섯과 튀김이 담긴 도기 접시

메뉴 카드 순서로 보면 '통영 덕자, 일본 자연산 버섯' 줄에 해당하는 접시로 보입니다. 걸쭉한 소스로 튀김과 버섯을 한데 감싸 낸, 이날 코스에서 가장 진한 인상의 접시예요. 튀김이 소스를 머금는 요리라, 나오면 바로 드시길 권합니다.

사케는 한 번 더, 이번엔 우베 야마다니시키였어요

TAKA 준마이다이긴조 병을 냅킨에 받쳐 라벨을 보여 주는 모습

술은 요리마다 잔 단위로 바뀌어 나왔어요. 병을 바꿀 때마다 라벨을 정면으로 돌려 보여 주니, 지금 마시는 술이 무엇인지 놓칠 일이 없습니다. 이번 사케는 나가야마혼케 주조장의 貴, 준마이다이긴조 우베 야마다니시키 2024예요. 메뉴 카드에는 Domaine Taka Junmai Daiginjo로 적혀 있습니다. 1편의 貴가 미오 전용 라벨이었다면, 이쪽은 야마구치 우베의 쌀로 빚었다는 점을 앞에 내세운 병이에요.

마무리는 뉴멘과 송이 솥밥, 잔은 뉘 생 조르주

옻칠 쟁반에 놓인 솥밥, 소면, 절임 채소 접시

식사는 한 상으로 나옵니다. 메뉴 카드 순서로는 '멸치 육수와 뉴멘', '자연 송이, 경산 한우, 신동진 쌀'이 이 자리예요. 맑은 국물 속 소면과 양념이 밴 솥밥, 절임 채소가 함께 올라와서 일식 코스의 식사인데도 한국 밥상의 마무리처럼 읽힙니다. 이 쟁반이 나오면 코스가 끝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라벨이 보이게 든 도멘 르슈노 뉘 생 조르주 프르미에 크뤼 2022 병

메뉴 카드에서 이 솥밥 바로 다음 줄에 적힌 술이 도멘 르슈노의 뉘 생 조르주 프르미에 크뤼 'Aux Argillas' 2022입니다. 사케로 시작해 부르고뉴 화이트를 거쳐 레드로 닫는 흐름이라, 마지막 고기·밥 요리에 무게를 실어 주는 순서예요.

디저트는 감과 식혜, 두 접시였습니다

흰 프릴 접시에 담긴 호박색 젤리와 셔벗, 석류알 갈색 소스와 퍼프가 올려진 아이스크림이 담긴 꽃 모양 흰 접시

메뉴 카드의 마지막 줄은 '감, 식혜'입니다. 가벼운 셔벗 접시와 소스를 두른 아이스크림, 결이 다른 두 접시가 차례로 나와 긴 코스를 산뜻하게 닫아 줍니다. 감과 식혜라는 한국 재료로 끝까지 맞춘 마무리라 코스 전체의 방향이 디저트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셔벗은 금방 녹기 시작하니 사진은 짧게 찍는 게 좋아요.

가기 전에 알아 둘 것 — 상설 메뉴가 아닙니다

펼쳐진 포핸즈 디너 코스 메뉴 카드

이 코스는 도쿄 미쉐린 1스타 '테노시마'와 미오가 함께 연 포핸즈 디너, 즉 기간을 정해 여는 행사입니다. 같은 메뉴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가격과 예약 조건도 회차마다 달라요. 관심이 있다면 미오나 호텔 공지에서 다음 회차를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코스가 길다는 점은 미리 알아 두세요. 메뉴 카드 기준으로 요리 열 줄에 술이 여섯 가지 붙습니다. 저녁 뒤에 일정을 붙이지 말고 시간을 넉넉히 비워 두는 편이 좋아요. 실내 조명도 어두운 편이라, 접시마다 밝은 사진을 남기려는 분에게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가기 전 체크노트

방문 당시 기준이에요. 영업·예약·주차는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세요.

장소
MIO,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행사
테노시마×미오 포핸즈 디너(사케 페어링)
후반 코스
가을 생선 → 덕자·자연산 버섯 → 뉴멘·송이 한우 솥밥 → 감·식혜
후반 술
피에르 지라르댕 샤르도네 · 貴 준마이다이긴조 · 르슈노 뉘 생 조르주 1er Cru 2022
동반
친구와 2인 방문
가격·예약
회차마다 달라 공지로 확인

총평

친구와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려고 고른 자리였고, 그 목적에는 충분했어요. 한국의 제철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너무도 맛있는 경험이었고, 셰프의 정성이 접시마다 그대로 보였습니다. 비슷한 이벤트가 또 열리면 다시 참석할 생각이에요.

사케와 와인을 요리 순서에 맞춰 한 잔씩 바꿔 마시는 경험 자체에 관심 있는 분께 맞는 자리입니다. 반대로 술을 거의 못 드시거나 긴 코스를 끝까지 앉아 있기 부담스럽다면, 같은 값으로 다른 선택지를 찾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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