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남영돈 성수점, 껍데기랑 트러플 계란찜이 좋았어요

성수동 남영돈 성수점, 껍데기랑 트러플 계란찜이 좋았어요

성수동 남영돈 성수점, 다녀왔어요

남영돈은 원래 용산 남영동에서 오래 자리를 지켜온 고깃집이에요. 돼지고기 맛있는 집을 꼽을 때 이름이 자주 오르는 곳이라, 저도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본점은 웨이팅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계속 미루고 있었고요.

그러다 성수에 지점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성수에 갈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들렀는데, 생각보다 좋았어서 정리해 둡니다.

들어가는 길이 예뻐요

건물 사이 도심 연못 정원과 흰 수국, 물가 갈대

가게로 가는 길에 연못을 낀 작은 정원이 있어요. 갈대가 서 있고 물가에 흰 수국이 무리로 피어 있는데, 낮은 건물들이 물에 비쳐서 생각보다 오래 서 있게 되더라고요.

고깃집 가는 길에 기대한 풍경은 아니었어요. 혹시 웨이팅이 걸리거나 일행을 기다려야 한다면, 여기서 시간 보내면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앉으면 숯이 통째로 와요

식당 테이블 위 나무 통에 담긴 벌겋게 달아오른 참숯 화로

자리에 앉으면 불붙은 화로를 통째로 들고 와서 테이블 위에 올려 줘요. 요즘 흔한, 테이블에 화구가 파여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숯을 보시면 아실 텐데, 조각조각 성형된 숯이 아니라 쪼갠 통나무 같은 국내산 참숯 덩어리가 그대로 들어 있어요. 단면에 나뭇결이 살아 있습니다. 이 차이가 먹는 내내 느껴져요. 화력이 오래 갑니다. 중간에 힘이 훅 빠지는 일이 없어서 고기 익는 속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해요.

숯이 사그라들면 말씀드리면 더 채워 주세요. 오래 앉아서 이것저것 시킬 생각이라면 알아두면 좋아요.

하나 더. 화로가 테이블 위로 한 단 올라와 앉는 구조라 굽는 면이 조금 높고, 열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정면으로 와요. 여름에는 이게 좀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직원분이 구워 주세요

이 집에서 제일 좋았던 건 사실 이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분이 구워 주세요.

대충 몇 번 뒤집고 가는 게 아니라, 옆에 붙어서 익는 정도를 봐 가며 계속 손을 봐 주세요. 불이 세서 잠깐 한눈팔면 타는데, 그럴 일이 없어요. 덕분에 고기 신경 쓰느라 대화가 끊기는 일도 없고요.

껍데기, 이건 꼭 시키세요

숯불 석쇠 위에서 구워지는 돼지껍데기

돼지껍데기가 정말 좋았어요. 겉은 바삭한데 씹으면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해져요. 다 먹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이거였어요.

석쇠를 보시면 굵은 살대가 아니라 가는 철사를 촘촘히 엮은 그물망입니다. 껍데기처럼 얇고 잘 말리는 걸 굽기에 딱 맞는 구조예요. 성긴 살대였으면 오그라들면서 사이로 빠지거나 한쪽만 탔을 텐데, 이 망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요.

사진에서도 껍데기가 평평하게 눕지 않고 가장자리부터 말려 올라가 있죠. 이 상태에서 언제 건지느냐가 관건인데, 몇 초 차이로 질겨지는 부위라 저 혼자 구웠으면 분명 놓쳤을 거예요. 직원분이 구워 주신다는 게 여기서 제일 크게 와닿았어요.

트러플 계란찜은 양을 보고 시키세요

트러플을 올린 계란찜이 무쇠 팬 테두리 위로 부풀어 넘친 모습

계란찜 위에 트러플을 얇게 저며 소복하게 올려 줘요. 맛있어요. 그런데 양이 정말 많습니다.

사진이 과장이 아니에요. 무쇠 팬 테두리 위로 한참 부풀어 올라서 옆으로 흘러넘칠 정도로 나와요. 둘이 가서 고기랑 같이 시키면 이것만으로 배가 꽤 차요. 다른 것도 시킬 생각이라면 순서를 좀 생각하고 넣으시는 게 좋아요.

육회도 좋았어요

노른자를 올린 육회와 김부각이 담긴 검은 접시

검은 슬레이트 접시에 육회를 동그랗게 쌓고 가운데 노른자를 올린 뒤 흑임자를 뿌려서 내주세요. 아래에 새싹채소를 깔고, 얇게 저민 절임 무를 곁들입니다.

같이 나오는 김부각을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튀긴 쌀알이 두껍게 붙어 있어서 그 자체로 과자처럼 먹혀요. 육회를 올려서 같이 먹으면 식감이 확 살아나요.

돼지고기 굽는 집에서 이 정도로 차려 나오는 육회는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전통주가 있어요 — 도한 청명주

파란 원 무늬 라벨의 도한 청명주 병

소주랑 맥주만 있는 게 아니라 전통주가 있어요. 제가 마신 건 도한(逃韓) 청명주예요. 라벨에 알코올 13.8%, 375ml 라고 적혀 있고, 병목에는 "전통을 잇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룩 장인이 빚는 술인데, 제가 제일 아끼는 전통주예요. 13.8%면 소주보다 부드러워서 숯불에 구운 기름진 부위랑 같이 마시기에 균형이 잘 맞아요. 375ml 작은 병이라 둘이서 반주로 한 병 비우기에 딱 좋고요.

고깃집에서 전통주 리스트를 갖춘 곳이 많지 않아서, 술 고르는 재미를 좋아하신다면 이것만으로도 갈 이유가 돼요.

사진 뒤로 상차림이 조금 보이는데, 놋그릇을 쓰고 반찬은 짙은 색 도기에 하나씩 따로 담겨 나와요. 놋그릇에 담긴 붉은 국물 국수도 보이죠. 남영돈에서 물쫄면을 꼭 챙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웨이팅이 있습니다. 캐치테이블로 줄을 서는 방식이고, 입구에 태블릿이 있습니다. 앱으로 미리 줄을 세워 두면 우선 입장이 돼서, 성수에서 다른 일정이 있다면 먼저 이름을 올려두고 움직이는 편이 편해요. 다만 캐치테이블에 예약 버튼은 따로 없어서, 자리를 미리 잡고 싶다면 전화로 문의하셔야 해요.

주차는 매장에서 지원되지 않습니다. 근처 유료·공영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성수 특성상 자리가 넉넉한 편이 아니에요. 차를 가져가신다면 주차 앱으로 미리 봐 두시는 게 마음이 편해요.

영업은 매일 11:30부터 23:00까지이고, 라스트오더는 22:00, 브레이크타임은 없습니다. 주소는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6길 32 입니다.

메뉴 구성과 가격은 바뀔 수 있어 여기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아래에서 확인해 주세요.

네이버 지도에서 남영돈 성수점 보기

다시 간다면

껍데기는 다시 가도 또 시킬 것 같습니다. 계란찜은 맛있지만 양을 알고 들어가야 하고, 청명주는 또 마시고 싶어요.

성수에서 고기 먹을 곳을 찾고 계시다면, 그리고 굽는 수고 없이 편하게 먹고 싶으시다면 후보에 올려 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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